우리나라 대기업도 코로나로 인한 재산 증발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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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재벌 총수 주식가치 급락…‘남매의 난’ 조원태 회장 재산만 늘어

▲ 우한코로나 여파로 국내 10대 그룹 총수 보유 주식종목의 주가가 평균 14.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주요 대기업들. ⓒ스카이데일리

 

국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한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40일이 지난 가운데 국내 10대 그룹 총수 보유 주식종목의 주가가 평균 14.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10대 그룹 총수의 지분가치도 4조5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이중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주식재산만 2조7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40일 후 국내 10대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분석’ 결과를 통해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10대 그룹 핵심 계열사 10곳의 주가가 1월 20일 대비 크게 내려앉았다고 2일 밝혔다. 이들 10곳의 주가는 평균 16%나 감소했다. 우한코로나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이 드러난 셈이다.

 

조사 대상 주식종목은 국내 10대 그룹 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33개 상장사 주식(우선주 포함)이다. 주가 증감 비교 시점은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1월 20일과 지난 2월 28일이다. 주식평가액은 총수가 보유한 보유 주식 수에 해당일 종가를 곱해 산출했다. 이와 함께 10대 그룹 핵심 계열사 10곳(총수 미보유 주식 포함)의 주가 변동 현황도 별도 조사했다.

 

10대 기업 중 특히 감소폭이 큰 곳은 롯데쇼핑과 신세계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기간 중 이 두 곳의 주가는 각각 29.2%, 23.6%나 감소했다. 우한코로나의 여파가 유통업계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조선·항공·화학 업종에 속하는 한국조선해양(-19.1%), 대한항공(-16.9%), 한화(-15%) 등도 주가가 15% 이상 주가가 떨어졌다. 건설 업종인 GS건설도 14.4% 하락했다.

 

국내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전자산업을 선도하는 삼성전자(-13.1%), SK하이닉스(-12%), LG전자(-15.2%) 등 세 곳의 주가도 10% 넘게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기업의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진 가운데 현대차의 주가는 2.5% 감소하는 데 그쳐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대차와 같은 계열사에 있는 기아차(-12.9%)와 현대모비스(-14.6%) 등의 주가는 10% 넘게 하락해 자동차 분야도 우한코로나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 국내 10대 그룹 총수가 보유한 주식재산은 32조5650억원(1월 20일)에서 27조9727억원(2월 28일)으로 40일 사이 4조5922억원 증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지분가치가 사라진 그룹 총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의 1월 20일 당시 주식평가액은 19조2607억원이었지만 지난달 28일 기준 16조5417억원으로 줄었다. 40일새 이 회장의 주식재산이 2조7190억원(-14.1%)나 사라진 것이다.

 

같은 기간 SK 최태원 회장의 주식재산은 3조1225억원에서 2조4929억원으로 6296억원(-20.2%)이나 줄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3조8544억원에서 3조4196억원으로 4346억원(-11.3%) 감소했다.

 

10대 그룹 중 주식재산 하락폭이 가장 큰 총수는 신동빈 롯데 회장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8736억원이었지만 6511억원으로 25.5%(2224억원)나 줄었다. 불과 40일 사이에 신 회장의 주식재산 중 4분의 1이 없어져 버린 셈이다.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지주(-23%) 역시 20% 이상 주가가 하락한 것이 결정타로 해석된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주식재산 1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1조1665억원이던 지분가치는 9568억원으로 40일 사이에 2097억원(-18%) 상당의 주식재산이 날라갔다.

 

그런데 우한코로나 사태에도 조원태 한진 회장의 주식재산은 60% 늘어나 눈길을 끌었다. 1월 20일 기준 조 회장의 주식재산은 1617억원 수준이었다. 2월 28일에는 2596억원으로 978억원이나 주식평가액이 뛰었다. 60.5%의 증가율이다.

 

조 회장 주식재산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은 한진칼(보통주) 종목이다. 한진칼의 주가는 1월 20일 4만1800원에서 2월 28일 6만 7200원으로 60.8%나 급등했다. 최근 조원태 회장과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 이슈 중심에 한진칼 주식이 있다 보니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 혼란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주식 시장에서도 업종에 상관없이 주가 폭락이라는 대형 폭풍을 몰고 왔다”며 “문제는 코로나19가 세계 여러 국가에서 홍역처럼 동시 다발적으로 겪고 있어서 우리나라가 역량을 집중해 상반기 전에 회복 국면으로 전환하더라도 여러 국가 등과의 수출 교역량 등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하반기 이후부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