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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엔터테인먼트

연예인들의 휴대전화 유출

연예인 휴대전화 대화 유출···수많은 단톡방 사건을 떠올린다 

 

2016년 7월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한 학생이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읽고 있다. 서성일 기자

지난 주말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배우 주진모씨(46)와 동료 남성 연예인이 나눈 것으로 추정되는 메신저 대화내용이 급속도로 퍼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는 주씨의 휴대전화가 해킹돼 유포된 것이다. 소속사는 해당 대화내용의 진위여부에는 답하지 않았고, 유출 및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유포된 대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여성들의 사진과 신상을 공유하며 끊임없이 성적대상화 했고, 여성에 대해 ‘특A급’ ‘자빠뜨리면 그만’ 등의 말을 서슴지 않았다. 여성의 신체 일부를 직접 찍은 사진을 공유한 정황도 있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해당 대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가수 정준영씨(31)의 ‘단톡방 사건’이 떠올랐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3월 가수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시민단체도 목소리를 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입장문을 내고 “사실 당신들의 대화는 우리에게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뉴스에 여러 번 오르내렸던 정준영이라는 후배를 알고 계시냐. 몇 번이나 공론화되고 있는 각 대학 단톡방 성폭력 사건들을 알고 계시냐. 당신들은 그들이 그렇게 해도 되는 세상을 만든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소위 ‘단톡방 사건’은 사회부 기자 시절에도 숱하게 다뤘다. 대학가를 비롯 사회 곳곳에서 불거진 이들 사건에서 남성들은 음담패설은 물론 여성 동료를 성적대상화하는 대화를 거리낌 없이 나눴다. 내부고발 등 여러 경로로 세상에 공개된 이 ‘음지의 대화’들은 언론을 통해 기사화 됐고 큰 비판을 받았다.

불법은 아닐지언정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희롱하는 것이 ‘기사화’가 될 만큼 사회적 문제라는 합의가 이뤄진 듯 보였다. 정씨 사건의 경우에도 처음엔 음담패설 수준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고, 당시 연루된 연예인들의 소속사들은 대화 내용 유출과정을 문제삼으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여성들의 거센 문제제기가 있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며 불법행위가 추가로 드러나게 됐다.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성희롱 단톡방 사건 은폐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음담패설이 불법은 아니지 않냐.” “유포과정이 불순했기 때문에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사생활을 건들지 마라.” 이번 유출사건에 대해 이같은 의견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저급한’ 대화에 불쾌감과 충격을 느끼는 대중과 여성들의 입장에 대해 말 할 수 없는지는 의문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해당 대화에서 언급된 여성들의 사진과 신상은 온라인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여자들은 더이상 그런 일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생활은 용인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누려온 더러운 성 착취 문화와 그것을 가능케 한 젠더권력은 당신의 지위와 함께 해체될 것입니다.” 한사성 입장문 말미의 글처럼, 세상이 변했다. 여성들은 남성 연예인이 아닌 이번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 ‘지라시’ 속 여성들에 대한 우려와 연대를 표하고 있다. 불법 운운하며 여성들의 아우성에 무조건 눈귀를 막는 게 정답일지 우리 모두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