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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이슈

신종 코로나로 인한 건설업계에도 비상사태!

신종 코로나에 건설업계 비상…분양 미루고 현장엔 인력난

 

주택 분양 일정 잇따라 연기…사태 장기화 되면 공급차질

▲ 서울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으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인 근로자가 많은 건설현장에서는 인력난이 나타나고 있고 분양 사업장에서는 견본주택 개관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면서 공급일정이 밀린 상황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건설산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일정이 뒤로 밀리고 있는 주택 분양시장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전날로 예정됐던 대구 중구 '청라힐스자이' 견본주택 개관을 이달 21일로 미뤘다. 현대건설도 오는 21일로 예정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 견본주택 개관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주택도시공사도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분양할 예정이던 '엠밸리9단지'의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대우건설과 SK건설은 오는 14일로 예정됐던 경기 수원시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 SK뷰'(팔달8구역 재개발) 견본주택 오픈을 사실상 취소하고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대체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열화상 카메라나 자동 손 소독기, 마스크 등 예방 대책을 마련했지만 감염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일정 연기가 불가피했다"면서 "비인기 단지의 경우 홍보가 잘 안되는 것도 문제지만, 분양 일정이 계속 밀리면서 차질이 이어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지금은 분양 일정이 미뤄지는 상황이지만, 만약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착공이나 공급 일정도 연기돼 주택공급에 차질이 발생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는 마스크, 손 세정제 사용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정병혁 기자]
건설현장도 비상상황이다. 현장 근로자중 상당수가 중국인 근로자인데 신종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현장에 종사하는 외국인근로자(2018년 기준)는 22만6000여 명으로 전체 건설 근로자의 19.5%를 차지한다. 이중 중국인의 비중은 78%에 달한다. 여기에 불법 체류자까지 합치면 중국인 근로자는 이보다 더 많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특히 지난 2일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이 끝나면서 고향을 다녀온 근로자들이 국내 현장에 복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격리 검사를 진행하고, 현장에 예방조치를 주문했다.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손 세정제 사용, 일과 시작 전 체온 측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고 있지만, 우려를 완전히 씻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 중 중국인이 가장 많다"면서 "며칠 전 중국인 근로자 한 명이 발열이 있어서 공사가 잠깐 중단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마스크는 기본이고, 손 소독제를 항상 현장에 비치하고 무조건 쓰라고 교육한다"면서 "지금 당장은 전염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장기화되면 인력난 등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중국인 근로자를 안 받는 현장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진형 교수는 "건설시장에 많이 포진해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기존 업무에 투입되지 않으면 건설공사가 지연되고, 이어 공기(공사기간)가 늦어지게 되면서 건설산업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폭염은 공사현장을 중지하는 규정이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성 질병은 규정이 없다"면서 "계속 확산될 정도라면 공사 중단이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현장 관리비나 간접비 등이 늘어나고 거기에 따른 보상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실 앞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병혁 기자]
아울러 메르스와 사스 사태처럼 경기침체 국면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사스(중동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3~4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2분기 성장률을 1%포인트, 그 해 전체 성장률을 0.25%포인트 정도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메르스가 있었던 2015년 경제성장률은 2.8%로 전년(3.2%)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이 중국 내에 집중되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2~0.3%포인트, 연간 최대 0.1%포인트의 하락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추가로 확산한다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6~0.7%포인트, 연간 최대 0.2%포인트 하락압력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국면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면서 내수가 줄어들고, 중국 관련 수출도 문제가 된다"면서 "제조업은 생산 체인, 공급 체인이기 때문에 동남아로 더 확산될 경우 체인이 붕괴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성장률이 낮았던 요인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라면서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활력이 떨어지면 건설부문도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형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당장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중국이라는 수입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가격 상승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보면, 안 그래도 올해 경기가 좋지 않은데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